집안도 제대로 꾸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나 – 도덕경

이준석의 여자 성기 젓가락 공중파 발언으로 집안을 제대로 꾸리지 못하는 사람이 더 큰 공동체를 잘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준석의 잘못에 대해서는 어차피 그가 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므로 비판을 생략한다.

道沖 而用之或不盈
老子, 道德經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이라 여러 해석들이 있다. 직역하면 아래와 같다.

도는 없어도 그것을 쓰면 가득 차지 않는다.

或은 가능성을 뜻하는 게 아니다. 흔히 보는 왕필본과 달리 백서을본帛書乙本에는 위 구절의 後句가 用之弗盈也로 기록되어 있다. 或은 ‘있다’는 뜻도 갖는다. 따라서 或不盈은 ‘채우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없고 ‘차지 않는다’고 이해해야 한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도는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 도는 없다 해도 그것을 쓸 수는 있다.
  • 도는 아무리 써도 많아지지 않는다.

도통 말이 되지를 않는다. 글자들을 이리저리 조합하여 말을 어거지로 만들어 내 본다면 이렇다.

어느 경지에 이르면 무언가는 부족한 듯 보여도 과하지 않고 그러면서 그 쓰임새를 다할 수 있다.

왕필은 위 구절을 이렇게 해석했다.

夫 執一家之量者 不能全家 執一國之量者 不能成國 窮力擧重 不能爲用
老子道德經注

한 집안을 꾸려 나갈 정도의 능력만 가진 사람은 한 집안을 온전히 꾸려 나갈 수 없고 일국을 운영해 나갈 그릇만 되는 사람 역시 한 나라를 이끌어 나갈 수 없으니 이는 그 능력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100kg 무게의 물건을 가까스로 들 수만 있는 사람은 그 물건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없는 이치다. 따라서 제 한 몸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으려면 한 집안은 능히 꾸려 나갈 능력이 있어야 하고 한 집안에서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으려면 사회에서 하나의 회사 정도는 운영해 나갈 수 있어야 비로소 제 가정을 부드럽게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노자의 가르침에 비추어 본다면 범죄를 저지르는 자식들을 둔 정치인들이 우리 공동체를 대표할 수는 없다는 결론에 쉽게 이른다. 그러나 이 가르침은 쉽게 공감할 수 있지만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멀게는 벤저민 프랭클린부터 가깝게는 이건희나 일론 머스크를 봐도 개인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그리 존중 받을 만한 수준은 아니다. 당장 성인들이라 하는 공자, 부처, 소크라테스조차도 가정을 평온하게 꾸리지 못했다.

삶에서는 관계가 중요하다. 이게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서늘한 통찰이지만 관계는 결국 필요다. 필요가 다하면 혈육과의 관계도 끊긴다.

정치는 존경 받는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니다. 정치는 많은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 줄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거다. 인격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도 나한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인품을 지닌 사람이라 해도 내가 처한 어려움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수 있다. 개인적인 됨됨이로만 보면야 노무현이나 문재인 정도면 훌륭했다. 지금 우리는 그들의 삶도 가정도 우리의 공동체도 딱히 나아진 게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