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제조 설비에 공업용 윤활유를 썼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spc
그러나 경찰은 공장 측 해명을 모두 믿을 수 없다고 보고, 금속 절삭유가 실제 현장에서 사용됐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경향신문 2025-6-16
흔히 해썹이라 하는 haccp는 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s의 약자로 ‘위험 분석과 중요한 관리 사항들이라는 뜻의 정부 인증이다. 이름 그대로 몸에 나쁜 물질들이 식품에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한 거지 위생에 대한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액체를 가공하는 설비에서 재료를 넣는 투입구에 망을 달아서 고체가 섞여 들어가는 걸 막는 장치가 되어 있는지 등을 인증의 대상으로 한다.
해썹은 믿을 게 못 된다. 액체를 넣는데 걸리적거린다고 망을 빼고 일을 하거나 윤활유가 재료에 섞여 들어갈 수 있어서 인체에 해롭지 않은 걸 써야 하는데도 돈을 아끼자고 더 싼 공업용 제품을 써도 당장 인증의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증은 최소한의 장치이므로 물론 이 마저도 갖추지 못한 회사의 제품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게 좋다.
인증을 받은 설비의 담당자는 설비를 제대로 운용하고 있다는 내용의 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처음 인증을 하면 수 년 뒤 인증 담당자가 현장을 찾아 설비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서류는 잘 작성했는지 확인하고 인증을 갱신한다. 그런데 이 확인을 위한 방문이 불시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러니 회사는 몇 년을 대충 관리하다가 인증을 갱신해야 할 때에 설비를 손보고 문서를 위조하는 일이 흔하다. 널널한 사업장이라면 저런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직원을 질책하겠지만 이런 노동 환경의 공장은 드물다.
저런 범죄를 저질러도 사실적으로 정부는 잡아 낼 수가 없다. 심지어는 재인증에 맞춰 회사로부터 돈을 받고 설비 점검과 문서 위조에 도움을 주는 컨설턴트도 있다.
이런 사정은 커다란 회사라고 다를 게 없다. 장사가 잘 되어 바쁘게 식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 대기업의 공장이라면 바른 생각으로 조그만 공장을 운영하는 경우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100kg의 재료가 들어가는 설비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경우보다 1t의 재료가 들어간 경우 문제의 재료를 폐기한다는 결정은 더 어렵다. 마침 식품용 윤활유가 떨어져 이걸 다시 사올 동안 하루의 시설을 멈춰야 하는 경우 spc 같은 현장이라면 급한 대로 공업용 기름이라도 치고 기계를 돌려야 한다는 유혹에 더 넘어가기 쉽다. 아니면 이렇게 조금씩 아낀 비용이 긴 시간을 누적할 때 무척 큰 경우에도 …
공장에서 만드는 식품의 관리를 정부가 사전에 하는 데에는 한계가 크다. 일이 터지기 전에 그걸 막는 건 물론 중요하지만 이게 여의치 않으면 일이 생긴 뒤에라도 커다란 충격을 줘야 한다. 기계를 다루다 보면 사람이 다치고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잦아서 구조적인 문제라는 의심이 들면 이렇게 만든 재화는 우리 공동체에 필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