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덕에 드러난 esg라는 망상

예상보다 빨리 드러난 민낯

세계 경제는 2022년이 되자마자 나빠지기 시작했다. 불황에는 무능과 비효율을 도태시키는 미덕이 있다. 이러한 옥석 가리기는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회사를 망하게 하여 경제를 더 건강하게 만들기도 하는 동시에 허황된 관념의 맨살을 내보이게 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연료 가격이 오르면서 지금 환경을 외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화석 연료도 없어서 못 쓴다. 여전히 노동 현장에서는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지만 새로 만들어져 그 시행이 1년을 지난 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형사 처벌을 받게 된 사용자도 없다. 지금 esg를 외치는 목소리는 그게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esg는 허구였다며 각성을 촉구하는 그것이다.

허구의 탄생

애당초 esg는 단단한 실천적 강령이 아니었다. 지금의 메타버스마냥 여기저기에서 떠드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확 와닿지는 않는 것이었다. 금융 위기로 세계 경제가 곤두박질한 오래 전 자산 운용사인 미국의 블랙 록은 자신들의 투자 대상인 회사들에 비난이 쏠리게끔 분위기를 조성했다. 회사의 실적이라는 결과에 더해 그 과정도 주주로서 감시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선동에 많은 연기금 운용사들도 관심을 보였다. 경기는 좋아졌고 세계 탑 클래스 규모의 운용 자산을 가진 블랙 록에게 그 정도 영향력은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어떠한 쏠림이 시작되면 이거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게 된다. 새로운 기술이나 비즈니스 트렌드가 생기게 되면 선점을 못 하게 되거나 경쟁에서 뒤쳐지게 될 거라는 우려 때문에 뭔지도 모르면서 일단 발을 담그게 된다. esg가 딱 그랬다.

망상의 증거들

전기로 자동차를 가게 하면 환경을 덜 해치게 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서 전기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일론 머스크를 미래의 설계자라고 찬양하기도 하는데 이런 사람들 가운데 그린피스의 전문가도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누구보다 앞서 자신의 회사인 테슬라의 esg 성과를 홍보해야 할 머스크는 정작 esg가 사기라고 한다. 전기 자동차를 만들고 운행하는 데에 화석 연료 자동차 못지 않게 오염 물질들이 만들어진다는 건 이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bts를 가지고 있는 하이브는 오늘 기준 코스피 시가 총액 46위다. 2016년 맥도널드의 햄버거를 먹은 아이가 용혈성 요독 증후군을 앓아 몸이 크게 상했다. 이 회사는 장출혈성 대장균이 검출된 패티를 폐기하지 않고도 소진했다며 정부에 거짓으로 보고를 했다. 이 불법행위로 이 회사의 담당자들은 공무집행방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자신들의 병역 문제 논란을 수 년 동안 조용히 구경만 하던 bts는 the bts meal이라는 이름으로 맥도널드의 상품을 내놓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걸 사려는 사람들이 너무 몰려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피파 월드 컵을 위해 카타르에서 일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시간당 1,300~1,400원의 임금을 받고 일했는데 2010년부터 10년 동안 이들 가운데 6,500명 정도가 죽었다고 한다. 세계의 많은 거대 기업들은 이 행사에서 광고를 사고 돈을 댔다.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잘리고 죽어 나가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자동차를 만들고 어린 아이를 죽게 했을지도 모르는 음식을 만들어 팔고서도 거짓을 일삼는 회사들에 대해 esg를 외치던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했을까? 극단적인 예들에 불과한 것들일까? 모두 큰 회사들이다.

구호로는 바뀌지 않는 세상

우리 상법에 따르면 회사의 이사회에 주주가 선임하지 않는 사람이 참여하여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스웨덴의 회사들은 이미 50년 전부터 노동자를 이사회에 참석시키고 있다. 노동이사제라는 이 제도는 무척 낯설다. 내가 대학교에서 법을 공부할 때 어떤 교수님의 행정법 시간은 따분하기로 악명 높아서 수강생들이 무척 적었다. 여느 때처럼 나는 졸고 있었는데 모노 톤의 교수님 말씀에 잠이 확 달아났던 적이 있다. “우리가 자연법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그냥 지금 우리 눈에 그런 거지 세상이 바뀌면 또 그것도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겁니다.” 머리에 선뜻 그려지지는 않는 것이지만 노동이사제는 이미 그 효용이 충분히 검증된 제도로서 회사의 지배 구조를 평가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항목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아마도 이런 노동자들의 경영 참여는 esg 같은 구호로 이루어진 것은 아닐 거다.

우리 공동체의 많은 구성원들 눈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도하는 노동자 투쟁이 무척 급진적으로 보일 테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 노동자들의 투쟁 수준은 점잖은 편이다. 저렇게 평화적으로 보이는 스웨덴을 비롯하여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 노동자들은 이미 100년 전부터 살벌한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었다. 그 결과가 지금 그들의 노동 환경이다. 지금도 프랑스에서는 노동자들이 시위를 하며 전기를 끊어 버리기까지 한다. 세상에 아름다운 공짜 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