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의 이고와 예술가의 이고

수행은 이고ego를 알아차리고 멸하는 것이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게 그 목적이다. 성인은 고정된 마음常心을 갖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歙歙 마음을 순수渾心하게 한다고 노자는 도덕경[49장]에서 말했다.

無常心이란 모든 것이 덧없다는 것을 느끼는 것 즉 무상한 마음이라고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지만 도덕경에 나오는 聖人無常心에서는 無가 동사이고 상심이 목적어다. 渾은 혼탁하다는 뜻으로 주로 쓰이지만 ‘질박하다’, ‘순수하다’라는 중요한 의미도 갖는다.

​행자의 마음이 이렇다면 그 대척점에 있는 것은 예술가의 마음이다.

예술가는 철저하게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다.
경향신문 2022-8-30

예술가는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보지 않고 이고를 투영하여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이고의 끝을 달리다 보니 주변과 불화하며 고통도 심하다. 달과 6펜스에 나오는 찰스 스트릭랜드(w. 서모세트 모엄이 분명히 밝혔듯이 폴 고갱을 모티브로 했을 뿐 그의 삶을 그린 것은 아님)가 그 전형이다. 그렇게 영혼과 몸을 불살라 뭔가 남으면 인류 공헌이요 없으면 그냥 마는 것이니 이들은 그 존재 자체가 가치일 뿐 이들에게 공동체에서의 구체적인 역할을 기대할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