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에 오른 미국의 어퍼머티브 액션
affirmative action은 직역하면 ‘긍정적 조치’라는 뜻이다. 사회적 강자들을 조금 희생시키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거다. 특히 대학교 입학에 있어서의 인종별 배려가 문제된다. 미국에서는 주에 따라 대학교의 이러한 차별을 법으로 인정하기도 하고 부정하기도 한다. 공화당 성향이 강해진 미국의 연방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데 이어 민주당 성향의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도 ‘헌법으로 보장해야 하는 것’인지 판단하고 있다.
High-achieving Asian-American and white students must be discriminated against to make up for the educational “privileges” that unions deny minorities.
– the wall street journal 2022. 10. 30.
미국의 교직원 노동조합은 어퍼머티브 액션을 지지한다. 이들은, 일부 학생들이 히스패닉과 유색인종 학생들에 비해 교육적 특권을 누리고 있는데 어퍼머티브 액션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위의 더 월 스트리트 오피니언의 취지는, 교직원 노동조합이 비난하는 저러한 교육적 특권은 교사들 스스로가 히스패닉과 유색인종 학생들로 하여금 누리지 못하게 한 것이라는 거다. 히스패닉과 유색인종 학생들의 낮은 성적은 선생들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그런 거라는 주장이다. 전체적인 글의 맥락과는 별개로 위 오피니언은 특이하게도 어퍼머티브 액션의 피해자로 백인 학생들과 함께 아시아 이민자 학생들을 들고 있다. 그것도 백인 학생들보다 앞에 거론하고 있다. 어퍼머티브 액션은 일반적으로 성별, 재산, 인종을 그 기준으로 한다. 얼핏 보면 동양인들이 이 정책의 수혜자일 거 같은데 왜 그렇지 않다고 하는 걸까?
Affirmative action is on trial again, and this time Asian Americans are at the center. … In the Harvard case, the conservative group Students for Fair Admissions is alleging that the university discriminates against Asian American applicants by rating them lower on traits such as leadership and likeability and holding them to a higher standard for admission than other applicants. By contrast, the plaintiff has claimed, Harvard’s admissions policies favor Black and Latino students.
– cnn 2022. 11. 3.
단순하게 유색인종 학생이라고 유리하게 대하는 게 아니다. 동양인 학생들은 굳이 특혜를 주지 않아도 대체로 히스패닉과 흑인들에 비해 좋은 성적을 내니까 오히려 페널티를 주겠다는 거다. 히스패닉과 흑인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세지고 있으며 전선은 확대되고 있다.
Two professors at the Georgetown University Law Center had a racist conversation about the allegedly poor performance of “Blacks” in their class, a negotiations seminar, which was recorded and uploaded for those same students to view. In the video, recorded in February and posted to Twitter on Wednesday evening, professor Sandra Sellers complained, “I hate to say this—I end up having this angst every semester that a lot of my lower ones are Blacks. Happens almost every semester. And it’s like, oh, come on. It’s some really good ones, but there are also usually some that are just plain at the bottom. It drives me crazy.” Professor David Batson, who co-taught the class, appeared to nod.
– slate 2021. 3. 11.
어퍼머티브 액션으로 긍정적 차별을 받아 대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은 당연히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 조지타운 대학교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인터넷으로 공개되는 강의에서 흑인 학생들의 나쁜 성적을 거론하며 짜증을 냈다. 같은 자리에 있던 동료 교수도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잡혔다. 아마 맞을 거다. 인종에 따라, 같은 인종이라도 민족에 따라 지능이 다르다는 거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들이 있었고 그 결과는 정량화되어 있다. 따라서 굳이 저렇게 떠벌릴 것도 없고 저런 행동은 그저 악의적인 것일 뿐이다. 공동체에 더 이로운 논의는 저런 수준을 넘어 학습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희생시켜 가면서까지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기회를 주는 게 장기적으로 더 공동체를 위하는 것이냐 하는 거다. 공정과 효율이 침해되는 거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날 수업 이후 시간이 걸리더라도 변화를 결정하는 과정에 모든 이해관계자를 포함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오류와 분열을 줄이는 길이라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다.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에 다양성과 포용성은 필수불가결하다.
– 하수정 북유럽연구소 소장, 경향신문 2022. 4. 4.
똑똑하고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 지휘하는 공동체가 어떤가 하는 건 긴 역사를 통해 확인되었고 지금도 겪고 있다. 아침에 내가 회사에 가기 위해 어느 정도 더 일찍 나와야 하더라도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그건 좋은 공동체가 되어 가는 거다.
If being born in a good environment is one of the luckiest things that can happen to anyone, it is failure to appreciate luck’s importance that has done the most to undermine our collective stock of good fortune. That’s because failure to appreciate luck’s importance has made successful people more reluctant to pay the taxes required to support the investments necessary to maintain a good environment.
– success and luck: good fortune and the myth of meritocracy, robet h. frank
똑똑한 머리와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거 자체가 운인데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노력을 요구한다. 그러니 공동체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도 그런 운이 가게끔 하는데 드는 비용을 아까워하는 거라고 로버트 h. 프랭크는 지적한다. 우리나라에는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나온 책이다.
혼다 켄이라는 일본의 르포 작가는 자수성가한 고액 납세자들에게 설문을 한 내용으로 ‘부자가 되려면 부자에게 점심을 사라’는 책을 썼다. 성공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제일 많이 나온 답은 ‘배우자’였고 그 다음이 ‘운’이었다. 성실이나 노력 같은 건 그 뒤에 있다. 사실 배우자도 운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페미니즘은 근본적으로 사회참여와 삶의 전반에서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다는 사실에 관한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나는 ‘네,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2021. 9. 9.
퇴임을 얼마 앞두고 앙겔라 메르켈은 자신이 페미니스트라며 저렇게 말했다. 사회적 약자는 사회적 강자와 평등하다는 사실을 천명하는 것만으로는 약자의 지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메르켈의 페미니스트 이해와 선언은 무척 소극적이다. 구부러진 지팡이를 펴기 위해서는 곧은 지팡이를 구부릴 때보다 강한 힘이 필요하다. 어퍼머티브 액션은 바로 그런 것이다.
공정한 룰 속에서 힘껏 뛰어 본 뒤에야 ‘아 100 프로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운도 따랐구나’ 이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 윤희숙 2021. 7. 2.